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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방 & 구:두방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안정을 느끼고 타인과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휴대전화와 같은 인위적인 ‘사물’을 통해서만 소통한다. 길을 걷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에도 그들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다. 심지어 연인과의 데이트 현장에서도 서로 휴대전화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 결과 인간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할 진정한 소통과 배려는 부재되었다.

 

김민형이 만들어낸 도시의 ‘구ː두방’은 이처럼 삭막한 현대 도시인들의 단순 이동을 위한 신발을 수선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 공간은 배려를 기반으로 한 상호 소통이 이루어지는 ‘구ː두’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방’ 또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단절된 공간의 개념이 아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장’으로 연출된다.

 

1) 구 두 : 주로 가죽을 재료로 하여 만든 서양의 신

• 구둣방 : 구두 굽을 갈거나 수선, 닦는 곳

2) 구 ː 두 : 마주 대해 입으로 하는 말

• 구 ː 두 방 : 말과 말이 오가는 곳(수다)

 

구두를 소재로 꾸준히 작업해 온 김민형에게 구둣방은 의미있는 공간이다. ‘또각또각’ 걸음 소리가 탁한 쇳소리를 내면 바삐 살아온 흔적인냥 금새 닳아버린 구두굽을 갈려 구둣방에 들른다. 구두(하이힐)의 높고 불편한 곳에서 잠시 내려오는 순간이다. 수선사 아저씨는 구두굽을 갈며 화두를 던지고, 가벼운 이야기 몇마디가 오가면 정겨운 느낌마저 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새 수선은 끝나고 다시 구두에 올라타 치열하고 복잡한 도심속으로 뛰어든다. 한평남짓한 이 작은 이 공간은 구두를 고치는 공간을 넘어서 잠깐의 휴식과 안정을 주고 소통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곳으로 탈바꿈된다.

 

 

김민형의 구ː두방은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점인 맥도날드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운송회사인 DHL의 분위기를 표방한다. 구둣방에서 사용되는 소재들을 조합해 작업하고, 그 두 브랜드의 컬러를 차용해 공간을 설정한다. 갤러리라는 낯선 공간에 눈에 익은 오브제들과 색을 통해 익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도심의 구둣방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되, 이곳은 도시인들의 이야기를 좀더 위트있게 풀어낸 재미가 더해진 공간이다. 치열한 도심속 잠깐의 안식처 같은 도시의 구둣방처럼 김민형의 구ː두방 또한 그런 특별함이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안엔 구두 수선사처럼 관람객에게 소통의 화두를 던지는 김민형의 작품들이 있다.

 

앞으로도 김민형의 구ː두방은 특정 장소에 고정되어 도시인의 방문을 기다리는 곳이 아닌, 노마드(Nomad)와 같이 현대 사회 곳곳을 떠돌며 도시인들의 단절된 삶을 열어주기 위한 복수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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